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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살아있어요. 이래저래 궁시렁거리는 것도 여전하고 살도 좀 쪘지만 건강히 잘 살고 있어요. 잘 살고 있나요. 건강히 잘 지내나요. 결혼은 했으려나요. 사랑은 하고 있나요. 내가 준 아픔은 이제 무뎌졌나요. 흘릴만큼 흘려냈다고 생각했는데 흘러가지 않고 남아있는 것들은 알고보니 어쩔 수 없이 내 것이 된 것들이네요. 그만큼 많이 받고 받이 배우고 많이 물들었어요. 그 말다툼조차도 행복했었고 행복한만큼 고마웠고 그보다 더 미안해요. 옛날에 잠깐 편지도 썼었는데 붙일 용기도 없어서 찢어버리고 한참을 붙잡고 있었죠. 고맙고 미안하고 행복했고 사랑했어요. 사람 일에 '만약'이라는 것은 무의미하겠지만 조금 더 늦게, 조금 더 어른이 되고 나서 만났다면 우리는 더 행복했을까요 모르겠어요. 나는. 그저 앞으로 행복하길 바랄 뿐이에요. 기쁜 일만 있을 수도 없겠지만 슬프고 힘든 일도 있겠지만 부디 잘 견디고 힘을 줄 사람이 곁에 있기를. 내가 하지 못한 것을 해주는 사람이 있기를. 안녕. 염치없이 연락할 용기도 없고. 많은 것을 가르쳐줬는데 그 전으로 돌아와버렸네요. 안녕. 건강해요. 5년쯤 지나고 10년쯤 지나고 결혼을 하고 애가 생기고 그렇게 살다가 잠깐 만나서 아, 그때 그랬었지 하고 빛바랜 추억을 웃으면서 말할 수 있기를.
이글루 파인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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