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8월 21일
닭장은 깨졌다.
당신들이, 병아리들을 위한다는 핑계로 조그만 닭장을 만들어놓고 거기에 모이를 뿌려주니까, 어리디 어린 병아리들은 좋다고 그 어항에 들어가서 쉽게 주는 먹이를 잘 받아 먹겠지. 차이는 있겠지만 먼저 들어갔거나 성장이 빠른 병아리들은 배불둑이 닭이 되어서 비좁은 닭장의 모이를 독식하고, 닭장이 꽉 차지 않게 이제는 더이상 병아리 수를 늘리지는 않지만.. 글쎄, 넓디 넓은 곳에서 자유롭게 자랐으면 더 잘 자랐을지도 모르는 병아리들을 억지로 잡아다가 닭장에 가둬서 제대로 자라지도 못하고 다른 병아리들과 제대로 경쟁하지도 못하도록 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싶다.
그런 차에 근처에 방목장이 생겼다. 물론 방목장의 크기는 한정되어 있기야 하지만, 병아리들이 보기에 끝은 있지만 없는 것이나 다름없어 보일 정도의 크기이다. 게다가 모이도 훨씬 많이 있다. 그런 매력에 병아리들은 미친듯이 양식장으로 끌려들어온다. 닭이 되어 나가기 힘들어질지도 모르지만 그건 한참 뒤의 이야기이고, 굳이 나갈 필요가 없어질지도 모를 정도로 모이가 많고 넓은 방목장이다. 그 '조그만 닭장'을 만든 사람은 모르겠지만, 지금 생긴 방목장보다 규모는 작지만 그래도 충분히 넓은 방목장이 이 마을엔 여러개가 존재한다. 정말로 활발한 닭들은 이 방목장 저 방목장 돌아다니면서 모이를 많이 먹을 수 있겠지만, 한번 닭장에 가둬진 닭이 그런 것에 적응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사실 닭장이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다. 어떤 면에서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이제와서 닭장이 부셔지는 것을 반기는 것은 닭장의 장단점을 정확히 꿰뚫어봐서가 아니라 단순히 방목장의 닭들이 더 이뻐보여서이다. 지금에와서야 닭장이 안좋은 것이었네, 닭장 주인이 나쁜 것이었네라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단순히 시류에 편승하는 무리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더 중요한 것은 닭장이 깨진 자리에 들어올 방목장에 적응할 수 있도록 닭들을 자극하는게 좋지 않을까. 활발하지 못해 방목장의 모이를 잘 주워먹지 못하는 닭들에게 손수 모이를 먹여가면서 조금씩이나마 적응할 수 있는 등의 자극 말이다.
글쎄, 나는 병아리일지도 모른다. 지금은 알..이라고 봐도 좋은 상태이니까 뭐가 될지는 아직 모른다. 반쯤은 오리(웃음)가 되어가고 있는 느낌이지만 백조가 될지도 모르는 그런 상태이다. 그래서인지 아직은 이상적인 야생을 꿈꾼다. 방목장이든 닭장 근처든 먹이가 있는 곳이면 언제든지 가서 다 줏어먹을 수 있게. 물론 오동통한 토끼를 노리는 매나 독수리가 된다면 더 좋겠지만 말이다.
# by | 2008/08/21 01:42 | 미분류 | 트랙백 | 덧글(1)


